소천의 세상사는 이야기

노인과 메기

김재선 2019. 8. 28. 13:45



노인과 메기

 

더위야 물러가라!”

처서處暑도 지나 초가을로 접어든 어제 밤

모처럼 시원한 선들바람을 품고 고창 고인돌 강변에 앉아

 

북두칠성처럼 깜박이는 일곱 개의 케미를 응시하며

나 홀로 행복한 밤낚시에

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힐링Healing의 맛!

 

그리고 빠가 낚시 달인답게

대물 왕빠가사리(동자개) 11마리와

대물 메기를 낚아채는 순간의 짜릿한 손맛까지^^^

 

팔뚝만한 메기를 뜰채도 없이 낚아 올리는데

워낙 대물인지라 쉽사리 제압하지 못하다가

어렵사리 뭍으로 끄집어내고 회심의 미소를 짓던 차

 

때마침 산책 중인 노인 왈

~이 젊은 양반! 못 보던 분인데 어디서 오셨소?”

‘73세인 나에게 젊은 양반이라고? ㅋㅋㅋ

 

장성에서 유명한김 빠가올시다

김 빠가?! 그럼 아까 그 메기는 나를 주면 안 되겠나?

나는 83세고 할멈이 80인데 우리 할멈이 메기 찜을 좋아하거든

 

뜻밖의 당혹스런 청을 어쩐다?

하여 필자보다 십년이나 더 연세 지긋한 노인의 청을 거절 못하고

어렵사리 잡은 대물메기를 헌납(?)하였더니 노인 왈

 

젊은 양반 내일 밤에도 또 오시게!”

내일 밤에도 메기 가져가시게요?”

아니야! 내일 밤에 온다면 내 커피 한 잔 가져 올라고.”

 

-메기도 잡고 인정人情도 잡고-

 

하하하! 호호호! 하하하!”